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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날은 가고 :: 2007/05/31 17:13
고등학교 3학년 끝무렵 아마도 96년 12월일 것이다.
그때 처음으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었다.
시간당 1700원을 받고 레스토랑에서 서빙을 했었다.
그렇게 번 돈으로 작은 미니오디오를 샀었다.
그렇게 시작한 아르바이트는 회사를 다녔던 기간을 제외하고
아인이를 임신했던 임신 8개월 중순까지 계속되었다.
20세의 시작부터 30세가 될때까지 적어도 내가 쓸 돈은 내가 벌어 쓴 셈이다.
07년 3월 중순부터 나는 아르바이트와 모든 바쁜 일정에서 해방되어
말 그대로 먹고자고 빈둥거리는 내 인생 최고의 황금기를 보내게 되었다.
신랑이 벌어다 주는 돈으로 운동도 하고 먹고싶은 것도 사먹고 그야말고 어느나라
여왕 부러울게 없는 팔자였다.
가끔 힘들게 일하는 신랑한테 미안한 마음도 없지 않았지만
임신이라는 좋은 핑계거리가 있었고
사실 임신 8개월부터 막달까지는 제법 힘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지금 아인이와 모유수유로 씨름해야 하는 이 시간에
왜 얼마전 그 임신기간이 갑자기 사무치게 그리워 지는지 모르겠다.
아인이는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고 특별히 까다롭게 구는 아기도 아닌데
젖을 한번 빨리면 팔도 아프고 다리도 저리고 땀도 뻘뻘난다.
나도 모르게 출산을 앞둔 친구들에게 겁을 주게된다.
'모유수유 열라 힘들어. 각오하삼' 이렇게 문자를 날리고 괜히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너도 당해봐라!' 이런 심보인가?
어른들 말씀이 배속에 있을때가 제일 편하다는 그말...
정말 그말이 정답이다.
퇴원 후 1주일 :: 2007/05/26 17:34
고요가 퇴원한지 1주일이 됐다.
잘 먹고, 잘 싸고, 잘 울고(ㅡ.ㅡ) 건강하다.
2.1Kg의 외소한 몸으로 태어났지만, 별 탈없이 건강하게 크는 걸 보면
대견스럽다.
부모님도 날 키울때 그랬을까?
조금은 부모님의 마음이 이해가 가려고 한다.
느즈막하게 철이 드는건가.......
엄마가 되다!! :: 2007/05/15 01:11
오랜 기다림끝에 드디어 우리 공주님을 만났다.
두려웠던 출산의 공포는 생각보다 빠른 출산덕분에 맘의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맞이해서 그런지 힘들고 고통스럽기 보단 나도 모르게 얼떨결에 진행이 된 것 같은 기분이다.
그래도 둘째를 또 낳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아찔하긴 하다.
아기를 기르다 보면 이런 아픔쯤은 다 잊고 바보같이 둘째를 낳는다고 하는데
아직 어제의 아픔이 기억에 너무 생생해서 그런지 둘째는 생각하기도 싫다.
무통만 믿고 있었는데 일요일에 출산을 하다보니 그것도 안된다고 했을때는 너무 아득했다.
그래도 인공적인 힘에 의지하지 않고 아기를 낳고 나니 스스로가 대견해진다.
그 덕분에 병원에 찾아온 친구들에게 나의 출산무용담을 자신있게 풀어놓고 있게 된다.
그리고 아직 결혼도 안한 친구녀석들에게 얼마나 출산이 힘든과정인지 나도 모르게 조금 과장을 해 겁을 주게 된다.
임신 초부터 우리 공주님은 속을 많이 섞였다. 처음에는 유산이라고 해서 눈물을 빼더니
임신 중기쯤에는 아기가 너무 작아 속을 태웠다. 그리고 출산 3주 전에는 너무 일찍 이슬이 보여 조산하는게 아닌지 걱정이 컸다. 어느 한순간 쉽게 넘어가지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아기를 낳았을때 체중이 좀 적게 나간다는 사실 외에 건강하다는 사실이 너무 감사했다.
조금 작게 태어나서 함께 병실에 있지 못하고 엄마젓을 마음껏 먹게 해 주지 못해서
사실 조금 속상할 만도 한데 아직 아기에 익숙해 지지 않은 탓인지 아기가 인큐베이터에
있어 병실에서 내가 돌봐주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한편으로 편하게 느껴지는 것을 보니
아직 초짜 엄마인것은 분명한가 보다. 그래도 내일 고요를 혼자 두고 퇴원을 할 생각을 하니
아기한테 미안한 마음이 크다. 내가 좀 더 좋은 음식과 좋은 자궁환경으로 크게 세상에 나오게 해 주었어야 했는데......
아직도 내가 아기를 낳았다는것 그리고 엄마가 되었다는것을 머리속으로만 알고 있을뿐
감정적으로 큰 변화는 없다. 다만 작고 나를 닮은 또 한명의 생명이 있다는 것 그리고 내 목소리를 듣고 편안해하면서 울음을 그치는 아기가 그저 신기할 뿐이다.
'엄마'라는 단어는 너무 많은 의미를 갖고 있다.
그래서 다소 설레이고 걱정스럽다.
그렇지만 자꾸 아기의 얼굴이 눈앞에 아른거리고 손에 묻어있던 아기의 냄새가 머리속에
떠다니는 것을 보니 잘 해 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알수 없는 자신감같은게 생긴다.
나도 이제 엄마가 되었다.
아빠가 되다! :: 2007/05/14 13:56
출산일이 다가오면서 미묘한 감정들에 휩싸이곤 했었다.
심장이 터질 것같은 기대감과 아빠가 된다는 기쁨 외에도,
닥쳐올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부담감도 있었다.
어제 이른 아침.
현주는 진통때문에 5시에 잠에서 깼고,
9시에 병원에 도착해서 1시간만인 오전 10시 3분에 출산했다.
(2.1kg 공주님)
산통이 길지 않았던 탓에 현주도 나도 그다지 힘들지 않았으나,
그 뭐랄까 얼떨떨하다는 느낌이다.
내 몸아파서 낳은게 아닌 나의 경우는 더욱 실감도 안난다.
2.1kg으로 너무 작게 나온터라
현재 인큐베이터에 들어가 있는 그 녀석을 보면
한편으로는 걱정스럽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아직 아빠가 될 마음의 준비가 덜된
나에게 시간을 더 주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근데 이상하게도 '아버지'보다는 '아빠'가 좀 덜 부담스럽다.